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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표 없는 거리

  • 작성자 사진: Hyejung Lee
    Hyejung Lee
  • 2023년 8월 6일
  • 2분 분량

박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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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EMBER 2016 월간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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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 김우영은 텅 빈 거리 우두커니 서 있는 휑한 건물을 보며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말하고 있다.

도시 뒤에 숨은 시니컬한 이야기

1895년 영국에서 시작된 내셔널트러스트는 보존가치가 있는 자연과 문화 자산을 보전하기 위해 출범된 시민환경운동이다. 산업혁명으로 훼손되는 것들을 보호하자는 것이 그 취지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린벨트가 해제되기 시작한 1990년대 후반부터 활동이 전개됐다. 김우영의 도시 작업은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출발한다. 학부에서 도시계획을 전공한 그는 ‘도시화’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애잔함을 늘 갖고 있었고, 사진을 통해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 시니컬한 이야기들을 보여주고 싶었다. 도시를 향한 그의 관심은 서울이 한창 개발 중일 때 이면에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 1989년의 첫 번째 개인전부터 시작됐다.

몰락해가는 도시

<Along the Boulevard>는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면서 핀란 공장지대를 배경으로 시작된 작업이다. 한때는 많은 사람들이 거주했던 특정 도시나 건물(미국의 사라져가는 공간)을 담아냈다. 자본주의가 휩쓸고 간 뒤의 잔상을 보는 듯하다. 작업은 비단 미국의 도시화만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오늘을 되돌아보기 위함도 있다. 속은 텅 비어가고 있지 않은가. 문화적인 것, 환경적인 것들이 사라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결국 사진 속 피사체는 일종의 메타포다. 더 나아가서는 작업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 현재 등을 되돌아보게 된다. 너무 껍데기만 번지르르한 것은 아니었을까.

추상적인, 회화적인

김우영의 작업은 다분히 미니멀리즘적이다. 그는 미국에 거주하면서 미니멀리즘 작가들에게서 영향을 받았다. 자연과 빛, 그리고 강렬한 색에서 미적 즐거움을 느꼈던 서부 미니멀리즘과 많이 닮아있다(정연심). 화려하지만 간결하고 단순해서 단번에 의미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사진과의 오랜 대화가 필요하다. 작업에서 간혹 보이는 마티에르는 그가 직접 그린 것이 아니다. 그렇다고 포토샵 같은 후반 작업을 통해 색을 입힌 것도 아니다. 실제로는 건물 리노베이션을 앞두고 건물에 페인트를 칠한 것이다. 외벽에 가해진 몇 번의 페인트칠이 잘 나갔던 왕년을 애써 지우는 듯하다.

관조의 시선으로 그려진 파사드

관조적이다. 적극적으로 개입한다기보다는 아웃사이더 성향으로 피사체를 바라본다는 느낌이 강하다. 캘리포니아에서 동양인으로 살며, 실제로 아웃사이더처럼 지내는 그런 성향이 작업에 투영된 듯하다. 물론 작가라고 해서 적극적으로 현실 문제에 개입할 필요는 없다. 화두를 던지는 것 역시 작가의 중요한 역할이다. 김우영은 메타포로서의 도시를 사람들에게 보여줌으로써 그들이 몰락해가는 도시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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