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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 잔] 오디세이

  • 3일 전
  • 1분 분량

송수정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관 _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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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ril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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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a, 2017. ⓒ김우영



혹 세트장인가. 이토록 비현실적인 색감이라니. 연두와 빨강이 선명하게 보색을 이루는 벽, 인도 위로 드리운 짧은 그림자, 쨍한 하늘조차도 모두 완벽하게 조형적인 구도를 이룬다. 이런 마을이 실재하는 것일까. 이 화려한 색은 분명 사람이 만들어냈을 텐데 인기척이라고는 느껴지지 않는 이 장소는 지금 오직 빛과 색으로만 존재한다. 김우영은 이런 풍경을 좇아 1년의 절반 가까이를 미국에서 머문다. 계절을 따라 도시와 도시를 관통하며 횡단도 하지만, 대개는 건조한 대기 사이로 빛이 아름답게 산란하는 캘리포니아 지역에 거주한다. 때로는 방랑객처럼 주차장과 숙소가 바로 이어지는 모텔 1층에 방을 잡아 둔 채 원하는 풍경을 원하는 시간대에 마주할 때까지 배회를 반복한다. 그리고 한번 촬영한 곳은 흔적의 변화를 기록하기 위해 해를 바꿔 다시 오기를 반복한다. 그의 연작 ‘어반 오디세이’는 이 떠돎과 귀환의 결과물이다.


조수도 없이 가능하면 단출한 장비로 이렇듯 색면이 강조된 장면을 얻기 위해 그는 주로 푸른기가 많이 도는 새벽녘 촬영에 나선다. 진한 색감을 얻기 위해 카메라의 감도를 높이거나 촬영 시간을 길게 늘이기도 한다. 그러나 가급적 구도가 왜곡되지 않도록 표준 렌즈를 사용한다. 젊은 시절 도시계획을 공부하다 사진으로 전공을 바꾼 그는 광고 사진에서 정점을 달리던 무렵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 캘리포니아 인근의 사막을 찍기 시작했다. 그 근처에는 과거의 영화를 뒤로 한 채 유령 도시로 변모한 마을 또한 적지 않았다. 지금 이곳 사막 한복판에 자리한 미나라는 도시처럼. 20세기 초 철도와 광업으로 번성했던 이곳은 이제 인구 100여 명이 살아가는 한적한 시골 마을이 되었다. 이곳 사람들에게 카메라를 들고 가끔 불쑥 찾아오는 김우영은 경계와 호기심의 대상이기도 하다. 그 긴장감은 스러져 가는 도시를 부정하려는 듯 한껏 화려하게 칠한 색들만큼이나 강력하다. 그럴수록 김우영의 스펙터클한 사진 이면에는 이방인을 향한, 이방인이 바라보는 외딴 도시의 쓸쓸함이 더 짙게 묻어난다.


 
 

© 2026 by KIM WOO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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