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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 작성자 사진: Hyejung Lee
    Hyejung Lee
  • 2023년 8월 6일
  • 2분 분량

김우영 작가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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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CTOBER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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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진은 일상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풍경으로부터 출발한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 그러나 그것들이 무엇인지 다르게 찍혀 있다는 느낌, 바로 이 점이 나의 사진이 지닌 문제의 시작이다. 나의 풍경들은 일상에서 만날 수 있는 것임은 틀림없으나 미리 계산하고 계획한 시각의 조건 속에서 조절되어 다시 생산된 풍경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와 관객 사이에 '읽히는' 작품이 게재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그 의미가 증폭되는 성질을 추구한다. 어떻든, 촬영의 대상이 되는 풍경의 위치와 촬영 의식으로서의 사고의 위치, 즉 논리의 연결점이 분명한 지점에서 프레임이 결정되고 셔터가 끊길수록 긴장감을 더해 간다. 말하자면 그것은 논리적 풍경관이며 풍경 비관적 사진관이라고나 할까?

나의 작업에 있어서 컬러의 표정은 매우 중요하다. 컬러에 관한 해석은 일견 방치된 풍경의 복잡함, 그런 현실감을 다룸에 있어서 흑백사진의 상징적인 표현이나 내적인 이미지의 은유적인 전개와는 완전히 다른 다이렉트한 시각 조건을 만든다. 나의 사진은 구체적인 메시지를 담은 실험이 아니기 때문에 다이렉트한 시각 조건을 제공함으로써 풍경에 대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을 보여주고자 한다.

나의 사진은 단순한 풍경의 단편도 아니며 혹은 무엇인가 의미를 갖고 기록해 가는 경우의 사진들과는 거리가 멀다. 현실을 '세계' 그 자체로 이해하고 담아가겠다는 논리가 전면에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즉, 현실의 색채적 체계, 그것을 독자적으로 조절하여 자연의 색채 체계 등 나만의 언어로 뒤바꾸어 보여주려는 일, 이것이 나의 색채 체계이며 풍경에 관한 기본 인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작업을 준비하면서 생각한 일은 보다 절제되고 치열한 문제의식의 밀도를 높여가는 것이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단순히 사진의 범주를 넘어서서 문화, 사회, 예술 등에 대한 폭넓은 시야를 펼쳐 보일 때 나의 풍경은 보다 착잡한 현실 의식으로서 언어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지였다. 나의 예술적 성취는 나의 노력이 도시의 우울과 비극으로 끝나지 않는 데에 있다. 도시의 욕망을 성찰케 하고 마침내 정화에 이르도록 하는 역설을 피워내고 있는 것이다. 도시 탈출이나 초월이 아니라 도시적 욕망의 짙은 그늘을 직접 찾아감으로써 그로부터 도시적 욕망의 정화와 재생의 빛을 찾아내고자 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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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 by KIM WOO YO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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