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X TALIONIS'
- 4월 11일
- 3분 분량
PS CENTER / CO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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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bruary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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렉스 탈리오니스(Lex Talionis). 기원전 18세기 바빌로니아 함무라비 법전에서 비롯된 이 이른바 ‘동태복수법(同態復讐法)’은 가해진 해악과 동일한 크기의 보복을 가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는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이 서늘한 법질서는 사실 잔혹한 복수의 기록이라기보다, 과잉 보복을 제어하기 위해 ‘딱 그만큼만’의 대가를 규정한 복수의 제한 장치였다. 즉, 선을 넘지 않는 균형과 책임을 바탕으로 응보의 한계를 정한 인류의 처절하면서도 우아한 약속이었던 셈이다. 오늘날 이 원칙은 죄와 벌의 무게를 맞추는 ‘형벌의 비례 원칙’으로 변모했으나, 인간과 환경의 관계에서는 여전히 원형 그대로의 렉스 탈리오니스가 지배하고 있다.
우리가 발을 딛고 선 거대한 콘크리트 정글, ‘도시’는 이 고대의 원칙을 가장 현대적이고 복잡한 방식으로 재현한다. 우리가 도시를 설계하고 쌓아 올리면, 도시는 다시 우리의 삶을 규정하고 통제한다. 우리가 반자연적인 방식으로 도시를 구성하며 자연을 소모할 때, 도시는 소외와 오염이라는 이름으로 그 대가를 가차 없이 되돌려준다. 이번 전시 «Lex Talionis»는 도시와 인간이 맺고 있는 이 냉엄한 작용과 반작용의 등가적 궤적을 추적하고자 한다.
근대 이후의 도시는 철저히 계산된 도면 위에 세워진 계획적 구조체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그 실체는 거주자들의 불규칙한 삶과 우연한 마주침 속에서 매 순간 해체되고 재구성되는 ‘모호하게 열린 장소’이다. 도시는 박제된 건축적 형태라기보다 인간의 감정과 기억, 그리고 때로 발현되는 저항이 뒤섞여 쉼 없이 흐르는 동적인 공간에 가깝다. 규격화된 격자 구조와 매끄러운 표면은 도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지만, 동시에 인간의 감각을 압도하여 마비시킨다. 하지만 그 엄격한 질서의 틈새로 스며든 개인의 서사들은 도시의 단단한 껍데기에 균열을 내고, 그 균열 사이에서 비로소 도시는 우리의 생명을 품은 진정한 생태계로 거듭난다. 설계된 물리적 환경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이들의 삶이 빚어내는 이 거대한 ‘불일치’야말로 도시를 숨 쉬게 하는 진정한 동력이다.
김우영은 이 견고한 도시의 질서 속에서 인간의 흔적이 머문 시간의 층위를 포착한다. 그의 사진 속에서 도시의 벽과 창은 차가운 건축적 경계를 넘어, 빛과 그림자가 교차하며 빚어낸 서사의 기록이 된다. 정제된 시각으로 담아낸 그의 작업은 도시의 고유한 물성이 인간의 시선과 마주했을 때 어떻게 추상적 미학으로 승화되는지 보여준다. 이는 박제된 풍경을 넘어, 도시라는 열린 장소가 견뎌온 삶의 무게를 투영하는 거대한 거울로 다가온다.
반면 장시재는 도시의 물리적 뼈대인 철강과 금속을 전시장 안으로 소환하여 도시의 인위적이고 위압적인 실체를 드러낸다. 그의 거대한 설치물은 시스템이 인간을 어떻게 통제하고 단절시키는지, 그리고 그 권력의 구조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다시 연대하고 회복하는지를 입체적으로 형상화한다. 관람객의 동선을 간섭하고 압박하는 그의 구조물은 우리가 도시라는 유기체와 맺고 있는 신체적 긴장감을 일깨우며, 무언가를 ‘짓는 행위’가 초래하는 실존적 결과를 실감하게 한다.
이 대립적인 작용과 반작용의 사슬은 위켄드랩(WKND Lab)에 이르러 생태적 순환으로 확장된다. 이들은 도시가 내뱉은 폐기물과 유기적 부산물을 새로운 소재로 치환하며, 소멸과 소모의 언어를 재생의 언어로 바꾼다. 도시가 지속 가능한 유기체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인간이 가한 작용에 대해 자연과 사물이 응답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위켄드랩의 작업은 도시의 부산물을 다시 일상의 오브제로 환원함으로써, ‘짓는 행위’와 ‘거주하는 행위’ 사이의 물리적·윤리적 균형점을 제안한다.
전시 《Lex Talionis》는 도시의 질서와 균열, 그리고 물질의 순환을 가로지르며 우리가 도시와 맺는 복합적인 관계를 사유하게 한다. 도시는 결코 고정된 결과물이 아니다. 세 작가의 시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드러나듯, 인간의 일탈과 수용이 끊임없이 충돌하며 빚어내는 미완의 장소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우리가 도시를 짓는 만큼 도시 역시 우리를 짓고 있다는 이 준엄한 상호작용의 원칙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경험이 되기를 기대한다.
김우영
사진작가 김우영은 도시의 풍경을 단순한 기록을 넘어 치밀하게 계산된 ‘미장센’으로 재구축한다. 그의 렌즈 안에서 무질서해 보이는 도시의 이면은 완벽한 대칭과 빛의 변주를 통해 정제된 미적 질서로 치환된다. 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일상의 파편이 어떻게 영속적인 미학으로 승화되는지 목격하게 한다.
장시재
설치미술가 장시재는 산업 현장에서 발생하는 거친 재료와 구조물을 통해 도시의 원초적인 힘을 가시화한다. 물리적 구축이 실제 삶에 가하는 압력과 그에 따른 저항을 가시화하는 그의 작업은, 경직된 도시 공간을 인간의 숨결이 닿는 유연한 장소로 되돌리려는 시도이자 치유의 드라마다.
WKND Lab
디자인 스튜디오 WKND Lab(위켄드랩, 이하린·전은지)은 도시의 신진대사 과정에서 소외된 부산물에 집중한다. 이들은 버려지는 유기적 폐기물을 지속 가능한 바이오 소재로 치환하며 ‘거주하기’의 행위를 생태적 책임의 윤리로 확장한다. 우리가 환경에 가한 행위가 다시 물질의 형태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감각적으로 증명하며 순환의 미학을 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