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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찍는 김우영

김석종 _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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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LY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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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의 삶과 사진의 오디세이는 고독과 방랑벽으로 채워져 있다. 김우영의 사진보다 사람 김우영을 먼저 만났다. 김우영은 한때 한국 광고 상업사진의 일인자였다. 스튜디오를 벗어나 패션·화장품 모델들을 대자연 속에 세우고 뛰어다니게 하는 과감한 파격을 선보였다. 하지만 돈을 벌고 명성을 얻을수록 생활은 여유를 잃었고, 정신은 피폐해졌다.

무엇엔가 쫓기는 기분이었다고 한다. 술에 푹 절어 사는 김우영을 만난 게 그 무렵이다. 잃어버린 ‘나’를 찾으려고 몸부림쳤던 것 같다. 전문 산악 원정대를 따라 히말라야에도 여러 차례 다녀왔다. 그리고 2007년 마침내 한국을 떠났다. 캘리포니아 사막지대. 햇빛, 공기, 물, 바람 같은 자연의 민낯이 거기 있었다. 특히 거의 폐허로 남아 있는 공장지대에도 매료됐다. 거기서 꼬박 6년을 고독한 자유인으로 살았다. 그러면서 줄곧 사진을 박아댔다. 컴퓨터 보정 같은 가식을 싹 걷어낸 채로 사진의 기본에 ‘올인’했다.

그 시절의 작업들은 질감과 색감에서 사진보다는 회화에 더 가깝다. 문 닫은 잿빛 공장 사진은 단순한 듯하면서도 모종의 무게감, 육중함으로 단단한 품격을 드러낸다. 세월의 때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디테일에 붉은색, 푸른색, 오렌지색이 선연하게 드러나는 색채 대비가 매혹적이다. 마치 어떤 고전극의 무대장치 같달까.

텅 빈 아스팔트 도로의 중앙선과 인도, 그리고 건물 경계선 같은 다채로운 색상의 선과 면이 화면을 대범하게 분할한다. 그 풍경 속에 내리쬐는 햇빛, 일렁대는 그림자 혹은 그늘, 지나가는 바람 소리, 흥건한 빗물의 여운이 아로새겨져 있다. 카메라로 그림을 그리는 ‘사진 화가’의 경지다.

오랜만에 귀국한 김우영은 미국 작업에서 터득한 도시 미학과 테크닉에서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으로 선회한다. 흙과 나무의 자연스러운 미(美)를 최대한 살려 지은 한옥의 미니멀한 선과 구조에 렌즈를 들이댔다. 한국의 사찰과 전통 정원, 서원과 숲에 담긴 한국적인 미학과 한국인의 전통을 형상화하는 새로운 시도였다.

김우영이 찍은 한국적 전통은 오랜 기다림의 결실이다. 그는 절정의 한순간을 무한정 기다려 셔터를 눌렀다. 눈 쌓인 대지에 안긴 한옥의 흑백

대조와 여백은 흑백사진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본연의 컬러를 그대로 담아낸 사진이다. 인화지를 한지로 써서 동양적 전통예술인 서예 혹은 수묵화의 정취까지 살려냈다. 김우영은 한국의 전통을 담은 사진으로 익숙한 것들을 낯설게 만드는 시적(詩的) 심상과 오래된 한국인의 감수성을 고스란히 살려냈다.

김우영의 오디세이는 이제 땅을 지나는 중인 듯하다. 그가 사유하는 땅의 상상력은 대자연의 탄생과 풍화, 그리고 영원과 맞닿아 있다. 사람의

흔적이라곤 없는 태곳적 자연의 거칠고 황량함! 때로 아스팔트 도로와 흙길이 바위, 흙, 산의 투박한 자연의 깊숙한 내면으로 접어드는 도정(道程)으로 아로새겨져 있다. 산악과 광야의 풍경 속에 현세에서 내세로 이어지는 어떤 영원의 길이 나 있는 느낌이다.

땅은 지구, 혹은 인류와 자연의 에너지이자 원천이다. 그가 그려내는 땅은 인간의 욕망에 물들지 않은 원초적 대자연의 깊은 영성으로 안내한다. 그는 영원의 땅, 광활한 대지와 산맥과 바위 등에 렌즈를 들이대고 형상 저 너머 존재와 소멸, 그리고 공(空)의 철학적 풍광을담아내고 있다.

김우영이 대지의 성찰과 상상력으로 고독의 심연과 방랑벽에서 벗어난 걸까. 그가 바라보는 대자연은 차갑고 돌연하면서 깊고도 멀다. 김우영의 땅은 보다 성숙하고 심화되고 그래서 더욱 원초적이고 근원적이고 신비롭다.

김우영의 오디세이는 대지의 본성에 발 딛고 서서 삶과 사진이 하나가 되는 도통(道通)의 경지로 나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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